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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책리뷰] 죽음이란 무엇인가

 실용서적을 주로 읽는 나에게 인문학은 가까이 하기에는 조금은 멀게 느껴지는 영역이다. 하지만, 음식도 골고루 섭취해야하듯이 책 또한 가리지 않고 다양한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을 따라 이 책을 짚게 되었다. 평소에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살아왔기 때문에 이 책의 주제, 제목은 나의 시선을 끌었다. 자아가 사라진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 허망함을 느끼며 결국엔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써야겠다는 진부한 결론에 이르던 나였기 때문에, 예일대 교수는 과연 죽음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했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한동안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날린 상황에서 예일대 실제 수업을 녹여냈다는 이 책은 나에게 흥미롭게 다가왔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국내도서
저자 : 셸리 케이건(Shelly Kagan) / 박세연역
출판 : 엘도라도 201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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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 책의 내용은 조금은 달랐다. 죽음에 대한 사색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적이었지만, 저자는 보다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면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다. 저자는 '영혼이란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부터 시작하여 죽음이란 과연 나쁜것인가, '영원한 삶은 정말 가치가 있는가' 등 죽음과 관련하여 한번 쯤 생각해봄직한 화두를 독자들에게 던진다. 다양한 비유와 예시를 통해 죽음에 대해 논리적으로 접근을 하는데, 그저 간단히 읽을 수 도 있겠지만 그 논리적 흐름을 따라가보며 자신 스스로 그 주장의 근거가 얼마나 타당한지, 자신의 의견과 그 근거는 무엇인지 등을 정리하며 읽어보면 이 책을 더 깊이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대전제, 소전제, 결론으로 이어지는 저자의 논리를 도식화하여 정리하며 대학수업을 듣는것처럼 이 책에 대해서 생각해봄직하다. 





 아쉽게도 죽음은 살아있는 사람이 도달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이 책 또한 예상한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어떤 면에서는 당연한 결론 즉, 죽음에 대해 지속적으로 생각을 하며 살아있는 귀중한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발전하는 것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논의가 진행되기까지 다양한 주제들(예를 든다면 '영원한 삶이 정말 행복할까'와 같은 화두)에 대해 제시한다. 단적인 예로, 에피쿠로스의 경우 죽음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살아있을 때는 죽음이 아직 오지 않았고, 죽음이 우리에게 닥쳤을때는 우리가 없다. 따라서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할필요가 없다' 한편으로는 말도 안되는 것 같은 주장이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타당해보이기도 한다. 최소한, 이러한 주장을 했다는 사실을 곱씹어보며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것이다. 




 비록, 마음편하게 읽기에는 조금은 생각해볼만한 내용이 많고, 논증을 하는 부분이 많아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죽음에 대해 한 번이라도 깊이 생각해본사람이라면 분명 이 책은 읽어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